은퇴없는 승부사의 길… 노력하는 삶은 즐겁다 [이지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훈현 국수(73)가 골프를 처음 접한 건 20대 때인 1970년대 후반이었다. 어느 날 지인의 권유로 종로의 바둑기원 옆에 생긴 실내 골프연습장을 찾았다. 당시로는 엄청나게 큰 비용이었던 10만 원을 지불하고 연습장에 등록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티칭 프로는 골프채 한 자루를 건네줬을 뿐 알아서 치라는 식이었다. 조 국수는 "지인들의 권유로 클럽을 잡긴 했는데 재미도, 관심도 생기지 않았다. 한창 바둑 때문에 바쁘기도 했고, 배워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 그만뒀다"고 말했다.

조 국수가 다시 클럽을 잡은 건 3주식직접투자
0여 년이 흐른 2005년이었다. 50대가 되면서 국내외 대회에서 그의 이름을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던 시기였다. 조 국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전력이 점점 내리막을 탔다. 젊은 기사들은 초집중해 실수를 줄이는 데 비해 나이가 들면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말도 안 되는 실수가 나온다. 세월의 흐름을 비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알짜증권
고 말했다.
빡빡했던 대국 일정이 느슨해지면서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바둑판 밖의 일상들이 그의 삶에 축복처럼 찾아왔다. 그중 하나가 골프였다. 쉰셋의 나이에 골프클럽을 다시 쥔 조 국수는 골프에 제대로 빠졌다. 늦게 배운 만큼 기본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열심히 쳤다. 바둑 외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조 국수였지만 골프만은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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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골프를 했던 50대 때는 드라이버 샷을 180~200m 정도 날려 보냈다. 늦게 배운 만큼 골프에 진심이었다. 내기 바둑을 두듯이 핸디캡 14점을 받고 싱글골퍼들과 당당히 내기에 나섰다. 9홀 만에 '만세(내기를 포기)'를 부를 만큼 실력이 안 돼도 도전을 계속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6년 만에 이글을 기록했고, 9홀 올파 플레이도 황금성게임동영상
해봤다. 조 국수는 "처음 2~3년은 흔히 말하는 골프에 미쳤던 시기였다. 하지만 나이 들어 시작하니 젊을 때와 같을 수는 없었다. 골프를 좀 더 젊은 나이에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20년의 구력이 쌓이는 사이 조 국수의 핸디는 자연스럽게 뒷걸음질을 쳤다. 한때는 핸디 13 정도의 플레이를 했지만 요즘엔 9KINDEX밸류대형 주식
0타를 기록하기 어려워졌다. 조 국수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나도 한때는 세월이 슬프고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계절이 바뀌듯이 세월이 흐름 역시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많은 걸 경험하고 누려보았으니 부러워하거나 억울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조 국수는 "젊음이 사라진 자리에는 과거에 없던 것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평생을 경쟁 속에서 살아온 조 국수지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자 모든 걸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조 국수는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상황 속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건 엄청난 고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든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압박에서 벗어나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 국수는 그때부터 자신의 나이에 맞는 삶을 살고 있다. 여느 노인처럼 동네 한 바퀴를 어슬렁거리며 산책하고, 정원에 물을 준다. 어린 손주들의 사진을 보며 행복에 빠지곤 한다.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져 점점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들이다.
나이가 든 지금은 골프를 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고, 즐거움이다. 조 국수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골프가 있다. 50대 때 그 나이의 골프가 있었듯이, 70대가 된 지금은 내 나이에 맞는 골프가 있다. '옛날에는 저만큼 갔는데'라는 생각으로 과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남은 시간을 신나게 놀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골프도, 인생도 즐기려고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승부사로서의 삶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다. 일흔셋의 조 국수의 인생에 은퇴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실수가 잦아져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아졌지만 조 국수는 여전히 바둑을 두고 있다. 과거엔 이기기 위해 바둑을 뒀는데 이제는 이기고 지는 것과 상관없이 그저 바둑을 두는 게 좋아서 둔다. 조 국수는 "유쾌하고 건강하게 늙어야 한다. 더 노력해서 가끔 젊은 친구들을 이길 수 있다면 큰 기쁨이지 않을까. 그렇게 못되더라도 노력하는 그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이지연 골프칼럼니스트(스포츠교육학 박사) 사단법인 골프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