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 제주합창단 제119회 정기연주회.


창단 40주년을 맞은 제주도립 제주합창단이 11월 18일 오후 7시 30분, 제주아트센터에서 '기억은 숨결이 되어, 희망을 품는다'는 주제로 제119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리엘 퀸타나(Ariel Quintana)의 '두 세계로부터의 미사곡(Missa from Two Worlds)'으로 연주회의 막을 올렸고, 에스토니아 작곡가 벨료 토르미스(Veljo Tormis)의 '가을 풍경', 울라 야일로(Ola Gjeilo)의 'Ubi Caritas', 편곡자 안현순이 만든 타악기 및 무반주 합창곡 '해녀'를 연주했으며, 피날레로 OB단원과 현 단원이 함께 부르는 '남촌'과 ' 오션릴게임 경복궁타령'을 연주하며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첫곡 '두 세계로부터의 미사곡'은 남아메리카의 리듬과 프랑스적 음색, 르네상스와 현대음악을 하나의 미사곡 안에 녹여낸 명곡이다. 혼성 4부로 편성되어 서정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구현한 이 곡은, 마치 제주가 한국 안에서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듯, 보편성과 특수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황을 아름 오션파라다이스예시 답게 담아냈다.
이어지는 '가을 풍경'은 7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늦은 여름',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 '창백한 빛', '고통스럽게 붉은 나뭇잎', '황무지 위의 바람', '차가운 가을밤', '슬픈 보라색 히스'를 통해 가을의 풍경을 음악으로 그려낸다. 수십년 간 수천 번 이상 공연되었다는 이 곡은 자연에 대한 음악적 묘사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와 에스토니아의 가을 풍경을 아름답게 보여주었다. 에스토니아 음악에 조예가 깊은 임희준 지휘자의 탁월한 해석과 지휘가 돋보인 곡이다.
1999년에 작곡된 'Ubi Caritas'는 노르웨이 작곡가 울라 야일로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합창곡이라고 한다. 기존의 성가 선율을 차용하지 않고 독창적인 선율을 만들어낸 이 무반주 합창곡은 단순함과 게임몰 깊이가 종교와 문화를 넘어서는 감동을 준다. 이 덕분에 바이럴 영상으로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편곡자 안현순의 무반주 합창곡 '해녀'는 타악기가 더해지면서 물질과 숨비소리가 음악 안에서 생생히 표현되었다. 악기의 도움 없이 목소리만으로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무반주 형식은, 척박한 환경에서 협력과 연대로 공생해온 해녀들의 삶과 릴게임예시 이질감 없이 조응한다. 모듬북의 다이나믹과 박진감이 인상적이었다. ​
공연의 마지막 무대는 OB단원과 현 단원이 함께 부르는 연합 무대로 준비되었다. 공연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악보 위의 음표가 아니라, 무대 위에 함께 선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였다. 오래전에 제주합창단에서 활동했던 단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 현 단원들과 함께 몇 달에 걸쳐 리허설을 진행하고 무대를 준비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다.
단순한 앵콜 무대로 볼 수 없는 이 무대는, 40년이라는 시간을 가로지르는 음악적 교차로이자, 한 번도 끊긴 적 없는 예술정신의 계보다. 오랜만에 다시 모인 OB 단원들은 아마도 젊은 시절의 악보를 펼쳤을 것이다. 
그 악보에서 옛 추억의 흔적과 더불어, 세월이 쌓아올린 새로운 해석을 보며 합창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단원들은 그들에게서 선배들이 품어온 제주합창단의 '영혼의 목소리'를 느꼈을 것이다. 함께 호흡을 맞추고 화음을 다듬는 리허설 현장은 마치 거목이 어린 새싹에게 뿌리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숲속 풍경과 같았으리라. 

역사 속에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뭉쳐 위대한 합창을 이루는 장면은 늘 감동을 준다. 




김대훈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박사과정 


독일 통일 후, 40년 넘게 갈라져 있던 동서독 합창단원들이 베토벤 '환희의 송가'를 함께 부를 때 전 세계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그 순간을 들 수 있다. 또는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의 광장에서, 서로 다른 세대와 계급의 시민들이 합창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로 '폴리스(공동체)의 이상'을 노래했던 일도 합창의 위대한 순간이다. 힘차고 흥겨운 '경복궁 타령'과 정겨운 선율의 '남촌'이 과거와 현재를 하나로 조화되는 화음으로 다가왔고 앵콜곡으로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주겠다는 가사에 가슴이 떨렸다. 세대를 초월한 하모니가 제주아트센터 대극장을 풍성히 채워준 그때. 이것은 제주합창단이 40년 동안 지켜온 소중한 유산이자, 미래를 향한 약속임을 깨닫게 되었다. 
제주합창단의 합창은 때론 바람처럼, 때론 파도처럼 평화의 섬을 감싸며 울려 퍼질 것이다. <김대훈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박사과정>